THE YOOJUNG TIMES

yoojungtimes.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남북한 체제 어떻게 다른가

자유와 평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바람직

2018-02-03

남북한 체제 어떻게 다른가
- 자유와 평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바람직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 /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
pbpm@hanmail.net

2017. 11. 28

인류가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 가치 두 가지를 뽑는다면 자유와 평등일 것이다. 이 가운데 남한이 추구해온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자유를 더 중시하고, 북한이 지향해온 인민민주주의와 사회주의/공산주의는 평등을 더 중시한다. 그런데 자유와 평등은 서로 보완적이면서도 상충적이다. 개인의 자유가 확대되면 사회적 평등은 축소되고, 사회적 평등이 확장되면 개인의 자유는 위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와 평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남북의 이념이나 체제를 비교하면서 남한은 민주주의인데 북한은 공산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부적절한 비교다. 민주주의는 정치 이념이나 체제를 가리키고, 사회주의/공산주의는 경제 이념이나 체제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남쪽의 정치적 자유를 내세우고 싶으면 남한은 민주주의인데 북한은 독재주의라고 말하든지, 남쪽의 경제적 풍요를 자랑하고 싶으면 남한은 자본주의인데 북한은 사회주의/공산주의라고 말하는 게 옳다.



민주주의는 경제적으로 자본주의와 결합될 수도 있고 사회주의와 결합될 수도 있으며, 사회주의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와 결합될 수도 있고 독재주의와 결합될 수도 있다. 대개 민주주의 정치는 자본주의 경제와 짝을 이루고, 사회주의 경제는 이른바 ‘프롤레타리아 독재’ 정치를 거치게 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그리고 사회주의와 독재주의를 같거나 비슷한 개념으로 쓰는 경향이 크다. 이것 역시 잘못이다.



1.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정의하기 어려운 정치학 용어다. 개념이 애매모호하고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2017년 현재 지구상의 약 200개 나라 가운데 스스로 민주주의가 아니라 규정하는 국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남북한부터 그렇다.

남한은 1948년 정부수립 때부터 지금까지 단 1년이라도 민주주의가 아닌 적이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 제1조 때문이다. 이승만의 12년 독재정치에도 민주공화국이라 했고, 박정희의 18년 군사독재 때도 민주공화국이라 우겼다.
 
북한은 남한보다 민주주의를 더 강조해왔다. 남한은 헌법 제1조에서 민주공화국을 내세웠지만, 북녘은 나라 이름에서부터 민주공화국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1948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3대에 걸쳐 세습 통치를 해도 예나 지금이나 ‘민주주의’와 ‘공화국’은 변함없다.
 
민주주의에는 종류가 많다.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와 심의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대통령이 1950년대에 주창했던 교도민주주의와 남한의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에 독재정치를 강화하며 이름 붙였던 ‘한국적 민주주의’까지..... 이 가운데 이념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널리 자리잡아온 대표적 민주주의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미국과 남한 등이 지향해온 자유민주주의, 중국과 북한 등이 추구해온 인민민주주의,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이 실시해온 사회민주주의다.
 
첫째,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것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정치 이념이다. 17-18 세기 유럽에서 발전된 자유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개인의 자유와 법적 평등을 중시한다. 여기서의 자유는 각 개인이 권리를 누리기 위해 최소한의 제한을 받으며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상태요, 평등은 개인이 타고난 본질적 가치가 동등하며 세습적 특권이 거부되는 상태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주의와 사유재산권 등을 중시하므로 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결합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라는 말 앞에 아무런 수식어를 붙이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를 가리키기 마련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남한이 지향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자유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적인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등이 반공을 바탕으로 한 국가보안법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으니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인민민주주의는 사회주의/공산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들에서 인민의 평등을 목표로 채택해온 정치이념이다. 자본주의에 의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 계급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인민의 대표기관인 의회 등을 도입해 민주주의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사회주의/공산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동’들을 제거하기 위해 ‘프롤레타리아 독재’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북한에도 인민의 대표들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라는 의회가 존재하고 기능한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가 수령의 통치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없는데도 인민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셋째, 사회민주주의는 민주적 방법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이념이다. 노동자 계급에 의한 폭력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부정하고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주의를 이룬다는 취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소련의 스탈린 독재주의가 공산주의와 같은 개념으로 쓰이게 되자,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에 의해서만 실현되며, 민주주의도 사회주의에 의해서만 달성된다”는 민주사회주의운동이 영국과 서독을 중심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사회복지정책이 가장 잘 발달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민주주의다.
   
2. 남한의 다당제와 북한의 1당제
남한은 오랫동안 군사독재를 통해 양당제 같은 1.5당제를 유지했다. 거대한 여당과 왜소한 야당이 있었던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정당 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며 양당제를 거쳐 다당제로 발전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현재까지 수령독재 또는 1당독재를 실시해오고 있다. 남한에서는 북한을 비난하기 위해 부정적인 의미로 1당독재라는 말을 쓰지만 북한에서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정당화하며 미화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사회는 여러 계급이나 계층의 사람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회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다당제를 취하기 쉽다. 각 계층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한 정당도 필요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정당도 필요하다. 진보주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도 만들어지고 보수주의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정당도 만들어진다. 환경보호를 위한 정당도 나오고 종교의 확장을 위한 정당도 나온다.
 
인민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사회는 (자본가) 계급이 없어지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사회의 획일성을 중시하고 일당제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 계급계층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이 많이 만들어질 필요가 없다. 궁극적으로 ‘노동자 천국’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을 대변하며 그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한 정당인 공산당이나 노동당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자본가 계급을 위한 정당은 있을 필요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 이른바 1당독재를 긍정적으로 선전하거나 정당화하는 배경이다.
 
북한에는 정당이 3개가 있다. 남한에 잘 알려져 있는 <조선로동당> 말고 과거 남한의 <민주노동당>과 자매결연하고 교류했던 <조선사회민주당>도 있으며 천도교도들이 중심이 된 <천도교청우당>도 있다. <조선로동당>은 1945년 10월, <조선사회민주당>은 1945년 11월, <천도교청우당>은 1946년 2월 만들어졌다. 이렇듯 정당이 세 개나 있는데도 1당제라고 일컫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당이란 사전적 의미로 정치적 이념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명실상부한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집권(執權) 경험이나 수권(受權)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정권을 잡아본 경험이 있거나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진정한 정당인 것이다. 북한엔 이러한 정당이 <조선로동당> 하나뿐이기 때문에 1당제라고 한다. 미국에서 대통령선거 때가 되면 전국적으로 100개 안팎의 정당이 출현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정권을 잡아보고 앞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정당은 민주당과 공화당 2개 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의 정당제도를 다당제라 하지 않고 양당제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참고로,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정권을 잡지 못한 정당을 야당이라고 하지만 인민민주주의에서는 정권을 잡지 못한 정당을 우당(友黨)이라고 부른다. 경쟁하거나 반대하는 정당이 아니라 협력하거나 보조하는 정당이란 뜻이다. 북한에서 <조선사회민주당>이나 <천도교청우당>은 <조선로동당>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게 아니라 보조하는 우당이다.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국가나 정부보다 당이 더 높은 위치에 있고 더 크고 많은 권력을 행사한다. 당이 국가를 이끌어가는 체제다. 공산주의 이론에 따라 정부와 국가는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조직이나 기구지만 공산당은 영원히 남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헌법 제1장 제1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이 국가를 영도한다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이 당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3. 남한의 자본주의와 북한의 사회주의/공산주의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본(재산)’을 중시하는 경제 이념이다. 사유재산권이 핵심 가치다. 자본주의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시작되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발전해왔다. 시장경제와 결합되는 순수자본주의, 즉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배제하거나 최소화하고 경제의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오래 전에 사라졌다. 1930년대 세계대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부터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역할이 커져 왔다. 이것이 수정자본주의다. 시장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정부의 개입이라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요소를 섞었다고 해서 혼합경제체제 (mixed economic system)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는 세계 어디에서나, 미국에서든 남한에서든, 순수한 자본주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자본주의는 수정되면서 발전해온 것이다.

요즘은 자본주의라는 말조차 잘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본주의라는 말을 생략한 채 시장경제라고 강조하거나 ‘시장민주주의(market democracy)’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본주의 하면 빈익빈부익부 또는 황금만능 등의 부정적 개념이 먼저 떠오르지만, 시장이란 말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자유로운 소통을 먼저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공산주의를 알기 위해서는 사회주의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다. 대개 둘을 같은 것으로 쓰고 있지만, 공산주의가 목표나 결과라면 사회주의는 과정이나 수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는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마지막 단계 또는 종착점이요, 사회주의는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시작 단계 또는 출발점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세상에 공산주의 국가는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북한을 포함해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들이 다소 있었을 뿐이다.



북한은 헌법 서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사상과 령도를 구현한 주체의 사회주의 조국이다”고 선언하고, 제1장 제1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 국가이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라의 이념이나 사상 또는 체제를 사회주의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서 그 개념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말 그대로 사회의 조화와 평등을 강조하는 이념이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단점이나 폐단이라고 할 수 있는 사유재산에 따른 부의 편중이나 사회적 불평등 또는 모순 등을 극복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발전되어온 사상이기 때문에,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가장 근본적이고 큰 차이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느냐 금지하느냐는 점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유재산의 대상이 생산수단에 한정된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하는 재물, 또는 쉽게 말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품들인 음식, 옷, 가구, TV와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 등은 물론 값비싼 자동차도 개인이 가질 수 있다. 북한에도 관용차 말고 자가용을 굴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어떤 물건을 만들어낼 때 노동의 대상이나 도구가 되는 생산수단은 개인이 가질 수 없다. 식량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토지나 지하자원 그리고 옷이나 가구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원료나 기계 등은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간단히 말해 가장 대표적인 생산수단은 농장과 공장인데 이런 것들은 국가나 공공기관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헌법 제2장 제20-22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한다. 국가소유는 전체인민의 소유이다. 국가소유권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나라의 모든 자연부원, 철도, 항공, 운수, 체신기관과 중요 공장, 기업소, 항만, 은행은 국가만이 소유한다. 국가는 나라의 경제발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국가소유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며 장성시킨다. 사회협동단체 소유는 해당 단체에 들어있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소유이다. 토지, 농기계, 배, 중소 공장, 기업소 같은 것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할 수 있다. 국가는 사회협동단체 소유를 보호한다.”

거듭 강조하자면, 소비재는 자동차처럼 아무리 비싸고 큰 것이라도 개인이 가질 수 있되, 생산수단은 땅이 손바닥만 하고 공장이 아무리 조그만 해도 개인이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중국은 지속적인 개혁개방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크게 받아들여 오고 있는데, 생산수단 가운데 공장이나 기업은 개인이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땅은 한 평도 가질 수 없다. 농지에 대한 경작권은 가질 수 있어도 소유권은 가질 수 없으며, 공장을 세워 그 건물은 사고 팔 수 있어도 공장이 들어선 땅은 사고 팔 수 없다는 뜻이다.

사회주의에서 생산수단을 개인이 갖지 못하게 하는 배경이나 이유는 노동력 착취를 막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농장이나 공장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자신은 직접 일을 하지 않고도 일꾼들의 노동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농장이나 공장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생산한 것을 자신이 직접 갖지 못하고 지주나 공장주로부터 노동의 대가 또는 임금을 받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농장이나 공장 등 생산수단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노동력을 빼앗게 되는데, 사람이 사람을 착취하는 비인간적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생산수단을 국유화 또는 공유화한다는 것이다. 농장과 공장 그리고 기업 등이 소수 개인의 이윤추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사회의 필요를 위해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르크시즘(Marxism)이라 불리는 과학적 공산주의 또는 현대공산주의는 1848년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을 내놓으면서 이론적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사상이다. 1818년 독일에서 태어난 마르크스가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기자로 일하다 프랑스를 거쳐 영국에서 생활할 때는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기계와 공장의 등장으로 경제가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농업사회가 공업사회로 바뀌어갔다. 이런 공업화 과정에서 그는 노동자들이 한낱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하는 한편 공장주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서 공산주의사상을 발전시킨 것이다.



공산주의는 궁극적으로 전 세계 모든 인류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이상적 사회를 목표로 한다. 공산주의가 이루어지려면 기본적으로 3가지가 없어져야 된다. 첫째, 부의 편중이나 사회적 불평등을 불러오는 사유재산이 사라져야 한다. 사회주의의 기본원칙으로 공산주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일으키는 계급이 사라져야 한다. 노동력을 착취하는 자본가계급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인민의 자유로운 생활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정부가 사라져야 한다. 따라서 공산주의는 무소유(無所有), 무계급(無階級), 무정부(無政府)의 3무 사회를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공산주의의 배경과 목표는 참 훌륭하고 바람직하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민족이나 국가를 초월해 하나가 되어 아무런 간섭이나 통제 없이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받는 사회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데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첫째, 개인이 생산수단을 갖지 못하게 되면 자본가들의 노동력 착취가 없어지고, 양극화나 빈익빈부익부 현상 같은 부의 편중이나 사회적 불평등이 일어나기 어렵겠지만,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경제 성장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경영자나 관리자 처지에서는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주인정신이 약해 소홀하기 쉽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근로의욕을 높이는 유인책(인센티브)이 적어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기업 또는 민영기업보다 공기업이나 국영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요, 자본주의국가보다 사회주의국가의 생산성이 뒤처지는 배경이다.
 


둘째,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계급을 없애는 과정에서 폭력을 부추기거나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계급이란 군대나 경찰 등의 조직에서 신분이나 직위가 높고 낮음을 구분하는 단계가 아니라,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하고 대립하며 투쟁하는 집단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고대의 귀족과 노예, 중세의 영주와 농노, 근대의 자본가와 노동자가 각각 계급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시대마다 상반되는 집단들 사이의 대립과 투쟁을 통해 인류가 발전해왔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인류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했다.



공산주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본가 계급이 없어져야 한다고 했는데, 자본가들이 스스로 사유재산을 내놓고 노동자 계급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노동자 계급이 자신들을 착취하는 자본가 계급을 물리쳐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자본가들이 생산수단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축적된 부를 통해서 온갖 정보 및 통제나 회유 수단을 가지며, 권력과 결탁하거나 아예 권력을 잡기까지 하는 마당에, 노동자들이 무슨 수로 자본가들을 타도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이에 마르크스는 모든 노동계급이 단결하여 혁명을 통해 지배 계급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게 바로 ‘프롤레타리아(노동자) 폭력혁명’이다. 계급을 없애는 것은 폭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말인데, 폭력적 수단에 의하지 않고 공산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 공산주의의 심각한 문제다.
 
셋째, 노동자혁명을 통해 자본가 계급이 타도된다 할지라도 공산주의가 실현될 때까지는 독재정치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도 비판받아야 할 점이다.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금지하고 계급을 폐지하더라도 모든 인민이 한결같이 당과 국가의 방침이나 정책을 지지하거나 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이나 국가의 결정을 지지하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인민민주주의를 실시하지만, 그 결정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불순분자 또는 반동세력으로 몰아붙이고 무자비하게 숙청하며 독재를 시행하게 된다. 이른바 프롤레타리아 독재다.
 
요약하자면 공산주의가 태어난 배경이나 지향하는 목표는 훌륭하고 이상적이지만,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나 수단은 폭력적이고 독재적이라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4. 남북한 통일을 지향하며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각각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다. 남한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이념을 발전시키되 ‘사회적 평등’을 중시하는 북한 체제의 장점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바꿔 말해 복지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 된다. 북한은 ‘사회적 평등’을 중시하는 이념을 발전시키되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남한 체제의 장점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게 좋다. 쉽게 말해 개혁개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 된다. 그러면 남북이 이제까진 70년 안팎 헤어져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아래서 살아왔어도, 앞으로는 자유와 평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복지 사회를 지향하며 통일을 추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
 
* 이 글은 2017년 11월 3일 경기평화교육센터에서 “남북한 체제 비교”를 주제로 실시한 강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
통일경제포럼 공동대표
pbpm@hanmail.net
[출처] 남북한 체제 어떻게 다른가


Comments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미국 LA,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집회 열려
우리학교와 함께하는 동포모임-구량옥 변호사 초청 강연
세월호 참사 10주기 LA 추모제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