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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역지사지, 우리 민족의 구원"

역지사지하는 능력과 작은 실천이 곧 그 사람의 인간품격과 국가사회의 격을 결정

2018-03-05

명칼럼 발췌

[진맥 세상] "역지사지, 우리 민족의 구원"

-"역지사지하는 능력과 작은 실천이 곧 그 사람의 인간품격과 국가사회의 격을 결정한다. 이런 품성이 우리 민족이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김경재 목사)
 
글: 이원영 (재미 저널리스트/평화통일강사/한의학박사/자연건강 전문가)

얼마 전 김경재 목사(한신대 명예교수)가 쓴 '의사 장기려의 역지사지'란 글을 읽고 많은 교훈을 얻었다. 페이스북에 이 글을 옮기며 '올해 가장 감동적인 글'이라고 썼다. 이 글을 통해 알게된 장기려(1909~1995) 박사의 에피소드를 인용해본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기려 박사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어머니와 아내, 다섯 자녀를 평양에 남겨둔 채 아들과 함께 남하하는 바람에 이산가족이 됐다.

그는 명의가 되었고 많은 봉사활동으로 훈장도 받았다. 북에 남은 아내를 그리며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당신인 듯하여 잠을 깨었소"라고 글을 썼듯 사무치는 한을 안고 살았다.

그러던 중 1990년 무렵, 미국에 정착한 제자들이 장 박사의 북한 가족상봉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장 박사는 "1000만 이산가족 모두의 아픔이 나만 못지 않을 텐데 어찌 나만 가족 재회의 기쁨을 맛보겠다고 북행을 신청할 수 있겠는가"라고 거절했다고 한다.




김경재 목사는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자리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느낀 것"이라고 했다. 상대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즉 역지사지(易地思之)한 것이다.

역지사지는 '맹자'에 나오는데 중국의 전설적인 성인이자 정치인인 하우와 후직, 그리고 공자의 제자인 안회의 이야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하우와 후직은 굶주리고 물에 빠진 백성들을 보면 자신들이 정치를 잘못해서 그랬다고 반성했다. 태평성대에 살았지만 집에 들어가 편히 쉬기를 주저했다.

안회는 난세에 태어나 불우하고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여건을 탓하지 않고 학업에 정진했다. 맹자는 이를 두고 '역지즉개연(易地卽皆然)'이라고 했다. 입장이 바뀌었더라도 다 그랬을 것이란 의미로 역지사지는 거기서 유래했다. 하우.후직과 안회가 태평성대와 난세를 바꿔 살았더라도 같은 처신을 했을 것이란 의미다. 흔히 "그 사람 입장이 됐다면 너도 똑같이 했을 것"에 해당되는 말이다.

김경재 목사는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는 처지를 바꾸어서 상대편을 이해하는 능력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역지사지하면 남을 배려하게 된다. 남과 내가 함께 가는 공생, 상생의 마음이다.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이런 마음이 널리 퍼지면 자신이 알지도 모르게 행사하던 차별도, 가족간의 갈등도, 남과 북의 끝없는 대립도 줄어들지 않을까.

역지사지는 그렇듯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주는 마법같은 마음자세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기심.개인주의.욕심이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판을 치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다. 남의 논둑을 터서 내 논에다 물을 댄다는 의미다. 자기 좋은 대로,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사회에 갈등이 만연한다는 것은 아전인수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말이다. 물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저마다 눈에 불을 켜고 제 논에만 물을 들이려는 그런 사회에 평화가 깃들 수 있을까.

추수감사절이다. 감사를 나누는 날이다. 역지사지는 감사함이 솟아나는 분수대다. 자식의 입장, 아내의 입장, 종업원의 입장,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보면 그들의 고충이 보인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생긴다. 아전인수하면 내 논에 물만 채우려하지만 역지사지하면 다른 논에 물 빠지는 걸 보고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김경재 목사의 글로 맺고 싶다. "역지사지하는 능력과 작은 실천이 곧 그 사람의 인간품격과 국가사회의 격을 결정한다. 이런 품성이 우리 민족이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전재: [LA중앙일보] 발행 2014/11/27 미주판 20면 저자: 이원영/논설위원·기획특집부장


사진: 이원영 저널리스트 ['유정신보'=LA 심흥근 기자 촬영]

이원영 (재미 언론인 30년/저널리스트/평화통일강사/한의학 박사/자연건강 전문가)
- 외가인 인천출생, 본가인 충북괴산서 유년기, 연고 없는 부산 해운대서 청년기
- 부산 브니엘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 정치학과
- 학군(ROTC) 23기 중위 제대
- 한국 중앙일보 사회부, 정치부, 국제부 기자
- 중앙일보LA 주재기자 겸 특파원
- LA중앙일보 사회부장, 편집국장, 논설실장
- 삼라 한의과대학 졸업
- 캘리포니아 한의사 면허 및 한의학 박사학위 취득
- 5.24 대북 제재 조치 이후 한국 기자로 유일하게 방북 취재
- 평화통일 및 자연건강 관련 칼럼 집필 및 강연활동
- 전통을 살린 창의적 한식요리가 취미: 김치 담그기, 각종 밑반찬 및 다채로운 요리에 탁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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