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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을 스스로 찾아 온 개

동물병원은 잡초에 의해 상처 받은 개 환자 많아

2017-11-29

동물병원을 스스로 찾아 온 개
-동물병원은 잡초에 의해 상처 받은 개 환자 많아

장칠봉 (재미 수필가, 수의사)

개가 주인 손에 이끌리어 동물병원에 오게 되면, 과거에 동물 병원에서 치료받은 경험 유무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개는 병원문을 넘어 들어 오기를 꺼린다. 그러나 동물병원으로 개 혼자 스스로 찿아와 치료해 주기를 요구(?)한 개 환자가 있었다.
개가 귓병을 갖게 되면 참을 성이 많은 개라도 괴로워 몸부림 친다. 귓병을 앓는 개는 병이 깃든 쪽으로 몸을 빙빙 돌기도 하고 머리 전체를 심하게 흔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발톱으로 귀를 후벼 파서 귀를 더욱 나쁘게 만든다.

귓병을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특히 물이나 식물 조각 같은 이물질이 귓속에 들었기 때문이다.개를 목욕시킬 때 부주의로 물이 들어 가기도 하지만, 수영을 좋아하는 개의 경우 귀 속으로 물이 들어갈 기회가 많다. 물이 귀속에 오래 머물게 되면, 곰팡이가 귓속에서 자라게 되어 귓병을 일으킨다.

귓병을 일으키는 또 다른 흔한 원인으로 ‘여우꼬리’란 잡초가 있다. 미국 서부 지역 어디에나 산재한 이 잡풀은 봄이 되면 꺼칠꺼칠해 진다. 꺼칠해진 풀의 까끄라기가 여우 꼬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우꼬리란 풀은 바깥으로 나들이 하는 동물에겐 아주 해로운 풀이다. 이 잡초는 스치고 지나가는 동물의 신체에 붙어 동물 몸으로 파고 든다. 일단 동물 몸에 붙기만 하면 떨어 질 줄 모르고 피부를 뚫고 계속 속으로 옮기게 된다.

봄이 되면 동물병원은 이 잡초에 의해 상처 받은 개를 많이 치료한다. 더욱이 시골이나 공터가 많은 도시 변두리에 사는 개는 이잡초에 의한 질환을 치료하고자 병원을 보다 많이 찾게 된다. 그래서 어떤 개는 매년 봄이 되면 병원을 정규적으로 방문한다.

20여년 전 넓은 들이 펼쳐있는 중가주 어느 동물병원에 릴리프 닥터 (구원 수의사)로 며칠 근무할 때이었다. 임시직 수의사이기에 병원 단골 개 환자라도 알지 못했다.

하루는 10살 (사람의 나이로는 환갑인 개) 정도인 골든 리트리브 개가 혼자 병원문을 열고 들어 왔다. 그리고는 오피스 바닥에 앉고서는 귀를 털고 있었다. 분명 귀가 아픈 표정이었다. 귀 속을 들여다 보니 여우꼬리 까끄라기가 박혀 있었고, 발가락 사이에도 그 풀이 뚫고 들어 상처로 감염된 체액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개의 목에 걸려 있는 명찰을 보고 주인에게 연락했다. 금방 달려온 주인에 의하면 그 개는 일년에 한두차례 여우꼬리 때문에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개를 마취한 후 귓속과 발가락 뼈 사이에 박혀 있는 까끄라기를 말끔히 뽑아 주었다. 두시간 동안의 마취 잠에서 깬 후 주인과 함께 병원문을 나설 때 그 개는 들어 올 때와는 다르게 기분이 상쾌한 듯 꼬리를 흔들며 퇴원했다.

아마도 영리한 개가 고통을 참지 못해 단골 병원에 스스로 찿아 와서 치료해 주기를 원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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