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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저널리즘, 그리고 혹세무민

모든 글에는 철학적 주장이 들어가 있고 철학함이 없으면 혹세무민할 수 있기 때문

2018-09-28

<학문, 저널리즘, 그리고 혹세무민>

박승규 (A thinker of mathematics, physics, and philosophy.
Seoul National University에서 Geology & Geophysics 전공)

지금은 고인이 된, 18년 전 논쟁을 통해 알게 된 유명 논객 양신규의 글이다. 그 글의 요지는 이렇다: 학문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을 직업적 학자라고 부르고, 여기에서 ‘학문’이란 자기 분야의 학자를 대상으로 엄밀하고 혹독한 peer review를 거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일을 말한다. 그렇지 않은 지적 작업을 하는 사람을 모두 저널리스트라고 부르는데, 그의 글이 일반독자들이 볼 때 이해가 잘 가고, 또한 직업적 학자들이 보기에 맞는 소리가 많으면 좋은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학자도 아닌 자들이 학자 행세를 하면 그건 돌팔이 혹은 ‘혹세무민’이라고 한다. 좋은 저널리스트의 예로 J가 있고, 혹세무민 돌팔이의 예로  K가 있다고 한다.

J & K에 대해서는 변론으로 하고, 아무튼 요즘은 페이스북의 활성화로 인해 예전과 달리 저널리스트가 매우 많다. 혹세무민은 학자도 아닌 자들이 학자행세를 할 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도, 문제는 그 ‘학문’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구획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있다. 직업적 학자란 자신이 발표한 논문의 내용에 대해서만 그렇다고 봐야 한다. 아주 좁게는 그 논문이 세계 탑 저널에 실렸을 때만 비로소 그러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한 분야의 학자가 모든 분야에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하여 혹세무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물리학자가 다른 과학 또는 과학 일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저널리즘이다. 고체물리학자가 입자물리학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저널리즘이다. 더욱 좁게는 입자물리 계산론을 하는 사람이 추상이론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도 저널리즘이다. 물리학자는 물리학의 각 과목을 수강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과목을 가르쳤기 때문에 더 잘 안다고 할지 모른다. 물론, 물리학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잘 아는 것은 맞지만, 그런 일반적인 지식으로 그 분야의 학자 내지 전문가라고 하는 것은 과대평가에 불과하다.

잘 모르고 오류가 있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혹세무민이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이 존재하는 논점에 대해서 한 가지만 절대적으로 옳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혹세무민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뭘 모르는지 모른다. 앎과 모름은 그렇게 간단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둘은 혼재되어 있으며, 대중 저술에서 세계 탑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까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

학문이든 저널리즘이든 철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철학함’이란 플라톤이나 들뢰즈의 철학을 공부하여 그 지식을 뽐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깊은 사유와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다. 즉, 철학의 목적은 지식이 아니라 ‘이해’에 있다. 그리하여, 철학함이 부재한 철학사 공부, 특정 철학자의 글을 겨우 번역본으로 발췌독하는 것, 또는 누군가에게 들은 철학자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는 철학을 한다고 할 수 없다.

철학함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글에는 철학적 주장이 들어가 있고 철학함이 없으면 혹세무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세무민이 두려워 아무런 글도 쓰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글을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직업적 학자가 아닌 진정한 학자 또는 좋은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은 ‘겸손’임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자신은 잘 모른다는 것, 자신의 주장은 한 가지 견해일 뿐이라는 것, 어떤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필자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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