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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의 미주지역교포시인들이 보낸 망향의 노래

문단의 편협적 ‘속인주의(屬人主義)’와 ‘속문주의(屬文主義)’ 또한 경계할 대상

2016-07-09

11인의 미주지역교포시인들이 보낸 망향의 노래
디아스포라의 편지, [유심] 시전문월간지 미주문인작품 특별기획

-문단의 편협적 ‘속인주의(屬人主義)’와 ‘속문주의(屬文主義)’ 또한 경계할 대상
-국제적 환경이 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재외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동포사회의 관심과 격려 절실

(11월 11일 2013년)

심흥근 기자 (inchon7080@gmail.com)

한국의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발행한 ‘유심’지 최근 11월호 특별기획에 오랜 시간 묵묵히 작품활동을 해온 미주지역 11명의 문인들의 시와 편지를 51페이지에 걸쳐 소개하였다. 이는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맞이하는 깊어가는 가을날 문학을 사랑하는 미주한인동포들에게 반가운 소식임은 자명하다. ‘유심’지는 독립운동가이자 불교사상가이며 “님의침묵”으로 유명한 탁월한 민족시인이며 승려인 만해 한용운 (1879-1944)의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출판한다. 유심은 만해가1918년 9월 창간했던 잡지 “유심”에서 따온 것으로 만해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1년 복간했다. 이번 해외문인들과 작품들이 본국의 문학지에 크게 소개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해외지식인들이 발표하는 글들을 실어주는 빈번도 지수가 앞으로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해외동포라면 누구나 같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 국가 그리고 각 민족집단의 문화발전 척도는 지적 수준의 질적인 측면과 더불어 책과 연구논문, 잡지 등 기타 각 분야별 제반 문서를 얼마나 많이 적극적으로 출판해 내느냐 하는 양적인 역량의 지수와도 정비례 한다는 점이다.

이번 유심 지에 소개된 미주문인들의 이름은 한국에서도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독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김춘수 시인의 서평과 추천이 실리며 68년 첫 시집 “사이공 서북방 15마일”을 낸 배정웅 시인 (미주시학 발행인)의 “어떤 고해”는 고 최인호 선생의 평생 이어진 종교적 고뇌처럼 지식인으로서 거저 생활을 힘겹게 이겨내는 보통 이민자로서의 번민의 소고는 마치 거장 피카소의 에칭-동판화의 그것처럼 오랜 인상을 남기는 회화적 미학을 순수전래 한국어를 통해 옹기에 묵혀 담아낸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주문인협회 현 회장인 문인귀씨의 시 “꿈”, 그리고 김신웅 시인의 근 현대사 전체가 한장의 편지로 담아낸 “사라지는 것에 대한 그리움” 이라는 의미심장한 수필도 소개되어있는 등 총 11명의 탁월한 미주문인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유심’지 11월호 특별기획 의 주제는 ‘디아스포라의 편지’ : 미주 지역 교포 시인들이 보내온 망향의 노래로 정했다. (아래작품명단)
나무의 성장 / 김문희 ; 눈부신 붕대 / 권귀순; 밤으로 오는 뮤즈 / 김신웅;
마흔, 만나다 / 김준철; 고구마 / 김행자; 꿈 / 문인귀; 어떤 고해 / 배정웅;
장맛비 / 안경라 ; 국화차 / 이일초; 사막에 사는 거북 / 장종의; 외출 / 정국희
등 총 11명의 미주문인들의 시와 더불어 모국의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실었다.

‘디아스포라’ 의미는?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유심’지 권두논단에서 디아스포라를 이렇게 설명한다: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분산 또는 이산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 개념이 적용되는 원래 영역은 유대인의 역사 위에 놓여 있는데, 팔레스타인 외곽지역에 살면서 동일한 종교 규범을 가진 유대인과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후의 역사 과정에서 헬레니즘 시대와 초기 기독교 시대를 통해 그리스 지방과 로마를 중심으로 한 유대인의 이산을 지칭하는 것이 되었다. 이 어휘의 적용 범주와 성격은, 한민족의 역사•문화적 상황과 너무도 많이 닮아 있다. 근대 이후 일제의 침탈과 강점기 그리고 남북 분단을 거치면서 발생한 중국 및 중앙아시아 집단 이주, 징병 그리고 징용과 관련된 일본 이주, 궁핍한 생활 속에서 노동자 수출로 시작된 미주 이주 등은 자명한 디아스포라의 모형이다.

국제적 환경이 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김종회 평론가는 이어 “한국문학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도 보다 유연하고 확장된 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디아스포라 문학이 재외 한국문학인 만큼, 그 ‘재외’라는 어휘가 표방하는 바와 같이 문학의 창작이 이루어지는 만큼 이에 대한 규정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라며 “그래서 과거에는 한국 내에서 산출된 문학이 아니면 한국문학이 아니라는, 매우 경직된 ‘속지주의’의 생각이 정설로 되어 있었다. 해외동포의 숫자가 700만 명을 넘고, 이 가운데 한국 국적을 가진 이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는 실정이고 보면, 이제 속지주의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점차 빛을 잃고 있다.” 라며 해외문인들의 작품들을 본국에서도 적극 수용하고 편협한 속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조언해 주고 있다. 다시 말해 “디아스포라 문학의 창작자가 누구냐, 어느 나라 국적이냐를 분별하는 창작 주체의 문제가 남으며, 이를 ‘속인주의(屬人主義)’라 칭하는데 작품이 한국어냐 외국어냐를 따지는 ‘속문주의(屬文主義)’ 또한 사정이 마찬가지이다.”라며 “한국인이라는 법적 지위와 한국어라는 모국어에의 국한은, 기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형국을 초래할 수밖에 없도록 국제적 환경이 변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충언을 아끼지 않았다.

외형이 아닌 포괄적인 문학적 시야를 넓혀야
중요한 팩트는 작품을 볼 때 외형적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포괄적인 문학적 시야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각 영역에 한국문학으로서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가부’의 판단이 아니라, 각기의 영역에 한국문학적 요소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가를 따지는 ‘정도’의 무게를 다는 측정에 방점이 주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에 대한 열린 시각의 접근과 가치에 대한 무게를 달아 음미하고 적극 수용하는 일은, 이제는 결코 남의 일인 양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절대 없는 시점까지 와 있다 하겠다.

해외문학과 해외문인들의 미래는 어떤방향으로?
문학은 본질적으로 문화라는 아름드리 기둥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수많은 나뭇가지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화는 지정학적 차원에서도 다양하며 나라와 민족마다 문화의 인식코드 또한 다양하다. 따라서 본국 문학도들에 비해 해외 문학도들은 경쟁력이라는 장점이 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본국과는 또 다른 문화권의 삶을 일상을 통해 경험하게 됨으로 편협성을 벗어나 다 각도에서 현상을 보며 통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주문학도가 한국의 같은 연배의 문인들과 경쟁한다는 한계에 묶이는 것이 아니라 해외문학도로서 국제적인 안목을 지니고 여느 쟁쟁한 전세계 문인들과 한번쯤 겨뤄볼 수 있다는 차이점이다.

미주지역도 역량 있는 신인 문학도들을 한인사회에서 자발적으로 발굴 지원해야 할 시점이다. 더욱 훌륭한 작품을 내기 위해선 작품의 주제를 연구하는 시간적 여유를 갖도록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겠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육대주의 해외 문인들 중에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예총등을 통한 한국정부의 지원에 기대기 보다는 미주 현지 언론사들이 주축이 되어 가령 4계절 분기로 한번씩 돌아가며 미주문인들을 위한 홍보를 통해 한인사회의 공감대를 얻어 가령 ‘미주문학진흥기금’을 조성 이를 여느 한인단체가 아닌 신뢰받는 정부공공기관에 맡겨 제도적으로 운용케 해야 원하는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아진다.

미주문학의 동향은 현지 책방엘 가보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미주문인들의 문학잡지가 적지 않게 진열되어있으나 정작 LA타운내 어느 책방 매니저는,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 이라는 식의, 약간 무표정한 얼굴이다. 미주현지발행이라 인기가 없고 디스플레이 공간만 차지할 뿐 판매 수익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는 개연성이 다분하다. 반면 한국책들 중 인기품목은 수입품이라 정가의 환률 두배를 받고 판매 할 수 있어 짭짤하다는 암시인 셈이다. 이는 미주문학지를 찾는 독자들도 위에서 지적한 데로 편협성에 빠져 시야가 한정되어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문학지 또한 자본주의 시장의 냉정한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현지상인의 얼굴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바라건대 해외문인들의 자긍심과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현지의 도서관련 업체들은 한국적 자본주의의 표상인 4백년을 이어 칭송 받았다는 개성상인 최부자의 미덕을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조)
*고 배정웅 시인의 작품 원문소개

어떤 고해

내 만나는 이마다
사람의 발길이든지 짐승의 발길이든지
짓밟히어야 그 아픔으로 흰 꽃향기 분분 터트린다는 갈짱귀처럼
서럽게 모질게 살아왔다는데

모래시계 안의 모래알이 긴 시간의 자식으로
한 마리 공룡같이 내내 꿈틀거리다가 빠져나가는 동안
나는 천지간에 감히 시인이라 자칭하고
아열대의 미친 바람인가 어디 어디 낯선 땅 처마 밑을 떠돌았을 뿐

그런 한 시절의 내 서슬에 찰나로 눈이 삐어 사부자기 맛이 가려는 여자 하나를
허허공중의 납거미가 나비를 감듯* 한달음에 채가지고서는
풋기조차도 가시지 않은 그 여린 몸속에
아뿔싸! 아이 두엇 때늦게 슬어놓고 일월(日月)만 꼽고 있었네

고향에 돌아가면 내 누굴 붙들고 울면서 울면서 고해(告解) 여쭈리

* 고려속요에서


[편지수필]
이방에서 쓰는 유목민의 편지

S형,
남에게 편지를 잘 쓰지 않는 편에 속하는 내가 형에게 막상 몇 자 쓰려고 하니 하얀 백지의 공포, 망설임 같은 것이 느껴지는군요.

얼마 전 한 산악인이 산을 오르는 등정은 집으로 돌아와야 종국에 완성된다고 말한 것을 신문 제목으로만 얼핏 읽었습니다. 집을 나서서 천신만고의 어려움과 위험 끝에 자연을 정복하고 집의 품에 안기는 과정, 산과 집까지를 하나로 묶는 어떤 사유 같은 것이 문득 느껴지더군요.

고국을 떠나 서른 해도 넘게 꼭 등정 행위에 비유할 만한 삶을 나도 살아왔다면 좀 지나친 표현일까요?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며 살아온 나에게는 집이라는 언어 자체도 아득해서 눈물이 쏟아지려 하고요.

흔히들 유목민이라고 하더군요. 단지 먹이는 짐승과 천막과 추위를 녹일 모닥불과 찾아 헤매는 초지가 없을 뿐, 방황하는 삶의 열정과 여정은 그들 유목민과 별반 다를 바 없지요. 지금 발 딛고 살고 있는 이 땅도 내게는 날이 밝으면 떠나야 하는 흐릿한 알전구 빛의 그 옛날 여인숙이나 다름없지요. 하기야 어떤 서양 시인은 죽은 자가 망각의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침묵의 무덤까지도 인간의 여인숙이라고 노래하지 않았습니까. 이승처럼 타는 촛불과 붉은 포도주와 춤이 없지만 말입니다.

S형, 유대인 음악가인 아널드 쇤베르크란 사람은 이민자는 고국이라는 영감의 원천으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는 순간부터 예술이 메마르게 된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자신의 고국, 자기가 태어난 안태 고향이라는 것은 영감 그 자체가 아닙니까. 아니 영감을 공급하는 발전소 같은 것이기도 하지요. 영감이 메말라서야 시고 문학이고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한국어라는 내 모국어 안에서도 이방인이고 유목민이고 그리고 집시의 존재가 되어 버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들뢰즈는 그래서 이민자는 자신의 방언 자신의 사막을 찾아야 하고 구멍 파는 개가 되던지 굴을 파는 쥐같이 되라고 권고한 것 같아요. 모르긴 해도 나름대로의 자기 세계, 자기만의 언어, 자기만의 방언 같은 것을 구축하라는 얘기이겠지요. 시를 쓰는 내게는 그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고 할까요.

1960년대에 형과 같이 베트남 전장, 그 극한상황 속에 있을 때는 살아남기만 하면 시며 문학까지도 내 뜻대로 되리라고 자만했는데 보이지 않는 운명은 나를 조난당한 산사람 같은 처지로 만든 것 같아요.
내가 끄적거린 시들은, 사막을 혼자 걷다가 너무 외로워서 뒤돌아 모래 위에 찍힌 자신의 발자국을 바라보았다는 어느 시인의 마음 같은 것으로 쓴 것이라고 구구하게 말해도 될는지요.

그 옛날 양주동 선생께서 형을 두고 한국의 바이런이라고 했지요. 내게는 아직도 그 말이 유효하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그럼 이만.

로스앤젤레스 한 모퉁이에서, 배정웅 드림


 시인 배정웅 재미시인협회 회장은 2016년 7월 9일 위암으로 귀천. 향년 75세.

배무한 LA 전 한인회장의 친형이기도 한 고인은 미주 한인 문단의 원로로 지난 2015년부터 재미시인협회장을 맡아왔다.

고인은 70년대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 전문지 ‘미주시학’의 발행인으로 해외문학대상(해외문학사), 해외한국문학상(한국문인협회), 민토해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시집 ‘길어올린 바람’ ‘강과 바람과 산’ ‘바람아 바람아’ ‘새들은 페루에서 울지 않았다’ ‘반도네온이 한참 울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집 '국경 간이역에서' (2016).등이 있다.

*사진: "국경 간이역에서" 배정웅 시집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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