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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작 “묏비나리”... 황석영 改作 “임을위한 행진곡”의 모시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2021-02-15

“묏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1980년 12월)

백기완 작 “묏비나리”, 민중서사시(民衆敍事詩)...황석영 발췌 개작(改作) “임을위한 행진곡”의 모시(母詩)

백기완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 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띠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띠기로 언 땅을 들어올리고
또 한발띠기로 맨바닥을 들어올려
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몽창 들어엎어라

들었다간 엎고 또 들었다간 또 엎고
신바람이 미치게 몰아쳐 오면
젊은 춤꾼이여
자네의 발끝으로 자네 한 몸만
맴돌라 함이 아닐세그려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이 썩어 문드러진 하늘과 땅을 벅,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시라

돌고 돌다 오라가 감겨오면
한사위로 제끼고
돌고 돌다 죽엄의 살이 맺혀 오면
또 한 사위로 제끼다 쓰러진들
네가 묻힐 한 줌의 땅이 어디 있으랴
꽃상여가 어디 있고
마주재비도 못 타 보고 썩은 멍석에 말려
산고랑 아무 데나 내다 버려질지니

그렇다고 해서 결코 두려워하지 말거라
팔다리는 들개가 뜯어 가고
배알은 여우가 뜯어 가고
나머지 살점은 말똥가리가 뜯어 가고
뎅그렁, 원한만 남는 해골 바가지

그리되면 띠루띠루 구성진 달구질 소리도
자네를 떠난다네
눈보다만 거세게 세상의 사기꾼
협잡의 명수 정치꾼들은 죄 자네를 떠난다네

다만 새벽녘 깡추위에 견디다 못한
참나무 얼어 터지는 소리
쩡,쩡, 그대 등때기 가른 소리 있을지니

그 소리는 천상
죽은 자에게도 다시 치는
주인놈의 모진 매질 소리라

천추에 맺힌 원한이여
그것은 자네의 마지막 한의 언저리마저
죽이려는 가진자들의 모진 채쭉소리라
차라리 그 소리 장단에 꿈틀대며 일어나시라
자네 한사람의 힘으로만 일어나라는 게 아닐세그려
얼은 땅, 돌뿌리를 움켜쥐고 꿈틀대다
끝내 놈들의 채쭉을 나꿔채
그 힘으로 어영차 일어나야 한다네

치켜뜬 눈매엔 군바리가 꼬꾸라지고
힘껏 쥔 아귀엔 코배기들이 으스러지고
썽난 뿔은 벌겋게 방망이로 달아올라
그렇지
사뭇 시뻘건 그놈으로 달아올라

벗이여
민중의 배짱에 불을 질러라

꽹쇠는 갈라쳐 판을 열고
장고는 몰아쳐 떼를 부르고
징은 후려쳐 길을 내고
북은 쌔려쳐 저 분단의 벽
제국의 불야성, 왕창 쓸어안고 무너져라

무너져 피에 젖은 대지 위엔
먼저 간 투사들의 분에 겨운 사연들이
이슬처럼 맺히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 들릴지니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굽이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산 자여 따르라

노래 소리 한번 드높지만
다시 폭풍은 몰아쳐
오라를 뿌리치면
다시 엉치를 짓모고 그걸로도 안 되면
다시 손톱을 빼고 그걸로도 안 되면
그곳까지 언 무를 쑤셔넣고 아......

그 어처구니없는 악다구니가
대체 이 세상 어느 놈의 짓인줄 아나

바로 늑대라는 놈의 짓이지
사람 먹는 범 호랑이는 그래도
사람을 죽여서 잡아먹는데
사람을 산채로 키워서 신경과 경락까지 뜯어먹는 건
바로 이 세상 남은 마지막 짐승 가진자들의 짓이라

그 싸나운 발톱에 날개가 찢긴
매와 같은 춤꾼이여

이때
가파른 벼랑에서 붙들었던 풀포기는 놓아야 한다네
빌붙어 목숨에 연연했던 노예의 몸짓
허튼 춤이지, 몸짓만 있고
춤이 없었던 몸부림이지
춤은 있으되 대가 없는 풀죽은 살풀이지
그 모든 헛된 꿈을 어르는 찬사
한갓된 신명의 허울은 여보게 아예 그대 몸에
한오라기도 챙기질 말아야 한다네

다만 저 거덜난 잿더미 속
자네의 맨 밑두리엔
우주의 깊이보다 더 위대한 노여움
꺼질수 없는 사람의 목숨이 있을지니

바로 그 불꽃으로 하여 자기를 지피시라
그리하면 해진 버선 팅팅 부르튼 발끝에는
어느덧 민중의 넋이
유격병처럼 파고들어
뿌러졌던 허리춤에도 어느덧
민중의 피가 도둑처럼 기어들고
어깨짓은 버들가지 신바람이 일어
나간이 몸짓이지 그렇지 곧은 목지 몸짓

여보게, 거 왜 알지 않는가
춤꾼은 원래가
자기 장단을 타고난다는 눈짓 말일세
그렇지
싸우는 현장의 장단 소리에 맞추어

벗이여, 알통이 벌떡이는
노동자의 팔뚝에 신부처럼 안기시라

바로 거기선 자기를 놓아야 한다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온몸이 한 줌의 땀방울이 되어
저 해방의 강물 속에 티도 없이 사라져야
한 춤꾼은 비로소 굽이치는 자기 춤을 얻나니

벗이여
저 비록 이름없는 병사들이지만
그들과 함께 어깨를 쳐
거대한 도리깨처럼
저 가진 자들의 거짓된 껍줄을 털어라
이 세상 껍줄을 털면서 자기를 털고
빠듯이 익어가는 알맹이, 해방의 세상
그렇지 바로 그것을 빚어내야 한다네

승리의 세계지
그렇지, 지기는 누가 졌단 말인가
우리 쓰러졌어도 이기고 있는 민중의 아우성 젊은 춤꾼이여
오, 우리굿의 맨마루, 절정 인류 최초의 맘판을 일으키시라

온몸으로 디리대는 자만이 맛보는
승리의 절정 맘판과의
짜릿한 교감의 주인공이여

저 폐허 위에 너무나 원통해
모두가 발을 구르는 저 폐허위에
희대를 학살자를 몰아치는
몸부림의 극치 아, 신바람 신바람을 일으키시라

이 썩어 문드러진 놈의 세상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벅,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다
마지막 심지까지 꼬꾸라진다 해도
언땅의 어영차 지고 일어서는
대지의 새싹 나네처럼

젊은 춤꾼이여
딱 한발띠기에 일생을 걸어라
(1980년 12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중, 황석영이 “임을 위한 행진곡”(1981)의 노랫말로 발췌하여 다듬은 부분.

*

'굿'에 대한 사전용 정의는 '굿'을 지극히 사적이고 종교적이며 민중의 참여가 배제된 타율적 영역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사용하는 '굿났다.', '굿벌인다.'는 말의 의미에서 볼수 있듯이 '굿'이라는 말에는 대중적이고 능동적이며 삶과 연결된 생활적 부분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굿이란 무엇인가. 굿이란 원래 똑같이 아픔을 당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모여서는, 논의 끝에 아픔을 강요하는 압제에 대한 공통의 쟁점을 확인·집약하고, 그것을 쟁취할 알기(주체)를 바로 세우며, 마침내는 행동하고 실천하는 온 과정을 굿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소박하게 이야기하면, 굿이란 민중이 주도하는 민주적인 모임이었으며, 다시 이야기하면 반(反)봉건 혁명의 세계, 그 염원을 창조하는 싸움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민중의 염원의 세계를 실제적인 사회구성체의 문제로 환원시켜 생각했을 때에 뚜렷이 부각시킬 모형이 애매했던 것은, 그 당시의 반봉건 운동의 한계,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요인으로 보아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굿으로 모인 굿하는 사람들은, 그네들 굿의 최종목표, 그 염원의 세계를 극적으로 재창조하며, 갖은 풍물과 재비들을 앞세우고 모였던 사람들이 모두가 굿쟁이가 되어 한바탕 밟아 대고 제치고 휘저었던 것이다.
―백기완,『민족과 굿』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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