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선생, LA동포들에게 감동의 노래를 선사
-오래 기억 될 이정선의 작은 라이브 콘서트
2017년 10월 11일
[유정신보] 심흥근 기자 (
inchon7080@gmail.com)
대한민국 포크 블루스 록 장르의 창시자이자 마에스트로인 이정선 선생이 지난 8월30일 미국 LA를 찾아 라성 동포들에게 노래선물 보따리를 아낌없이 풀었다.
사진: 심흥근 기자 촬영
아시다시피 이정선 선생은 7080시대를 이끈 싱어송 라이터로서, 동시대의 특출난 가수 한대수, 양희은, 김민기, 등과 함께 포크 가요사의 큰 획을 그은 음악인으로 후배들인 고 김현식, 한영애, 김동환 등을 통하여, 한국적 블루스의 맥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직 교수인 이정선 선생은 여름방학기간 북미와 남미의 음악과 문화풍속 연구 차 캐나다를 방문했고 이어 쿠바와 멕시코를 거쳐 캘리포니아 죠수아 트리 국립공원 등을 돌아보던 중 LA의 지인들이 이선생의 소식을 듣고 선생을 초청 작은 번개 라이브 콘서트를 준비하게 되었다. 초청인은 LA에서 문화예술 공연무대를 십수년간 이끌어 온 이광진 대표 (에이콤사)가 나섰고, 약 120석 규모의 작은 무대 공간은 LA의 "라이프 보건문화센터" (672 S. Carondelet St. LA, CA 90057)에서 제공했다. 초빙 기타리스트 박강서씨가 훌륭한 반주를 해 주어 노래를 빛냈으며, LA통기타 가수 주성씨가 찬조출연 겸 조명과 음향을 맞아 수고해 주었다. 후원은 LA의 ‘삼호관광’에서 협찬했다.
이광진 '에이콤사' 대표 인사말
이정선 선생은 노래 중간중간 노래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숨은 사연들을 스토리 형식으로 풀어 재미있게 들려 주었다. 대학생들의 아마추어 가요제인 제1회 ‘해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노래 ‘여름’의 내막을 들려 주었다. 사실 ‘여름’의 작사, 작곡자는 프로인 이정선 선생. 원칙상 프로의 곡이 아마추어 경연에 쓰일 수 없었던 게 사실이었으나 의도하지 않았던 악보 누출이 문제가 됐고 곧 비판에 직면 했다는 사연을 들려 주었다. 이정선은 당시 벌써 포크 가수의 최고봉으로 가수 지망생들에게 추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연인 즉슨 당시 이정선은 한양대학교 학내 가요제 심사위원으로 자주 위촉됐고 징검다리 멤버들과 가깝게 지내던 차에 이정선이 작곡한 노래들 중 아직 미발표 상태에 있던 ‘여름’ 악보를 이정선 선생이 어느날 서재를 정리하던 중 놀러 온 징검다리 멤버가 즉흥적으로 “형님, 이 악보 가져갈게요” 하고 물었는데, 쉽게 No를 못하는 선생은 “으응..그래” 했다고. 그렇게 해서 우연한 기회에 이 악보가 누출되었고, 이를 징검다리 멤버가 가져가게 된 것이 대상을 받은 것이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순수 아마추어 창작곡으로 출전한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공정하지 못했다는 항의가 있었지만 한 번 발표된 대상이 번복되지는 않았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하여간 이래저래 (본인이 불러 힛트치지 못하고) 남이 가져가서 (사례금도 못받고)히트한 곡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웃음)
김완신 미주중앙일보 편집국장의 공연 소감 한마디
공연 마무리에서 김완신 미주중앙일보 편집국장의 콘서트 소감이 있었다, “놀라운 무대다. 이정선 선생님의 포크록 라이브 콘서트가 비록 적은 규모로 열렸지만 전혀 상상외의 감동을 주었다. 시대를 넘어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선생님의 서정적인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무대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LA가수 주성
이정선 선생이 직접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불러주는 주옥의 명곡을 들으며 LA동포들은 오랜만에 젊은시절의 회상에 젖고, 팜트리 길게 늘어선 라성의 깊고 푸른밤은 깊어만 갔다.
*주). 현장취재 사진이 담긴 USB를 분실 했다가 최근 찾아 기사로 늦게나마 올렸음을 밝힘 (취재기자)
참고: 이정선 LA라이브 동영상은 유튜브 [유정 미디어]에 여러편으로 나뉘어 올려져 있음
"나들이"
https://youtu.be/nEL-DY6lmnI
---끝---
(관련기사발췌)
최근 이주엽 작사가가 언론에 기고한 “사랑이 식은 후에 알았네… 건널 수 없는 강이 거기 있었다는 걸” 소개한다.
---아래---
“사랑이 식은 후에 알았네… 건널 수 없는 강이 거기 있었다는 걸”
-"내가 다가(가)면 너는 또 멀리/ 강둑 뒤로 숨어서"―이정선 '건널 수 없는 강' 중
이주엽
정현종의 시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섬을 불러냈다면, 이정선의 노래 '건널 수 없는 강'은 나와 그대 사이의 강을 불러낸다. 그 강의 넓이는 가늠할 수 없다. 아득한 강 너머에 신기루처럼 사랑이 있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만, 우리는 결코 온전히 만날 수 없다. 사랑한다는 건 강을 마주한 서로가 먼발치에서 오해의 에피소드들을 모래성처럼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은 언제나 위태롭다. 생각해보라, 사랑이 끝난 뒤의 환멸을.
사랑할 때 누군가 곁에 있어도 외로운 것은 그 때문이다. "손을 내밀면 잡힐 것 같이" 그대는 곁에 있지만, 결코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사랑은 결국 그대와 내가 영원히 다른 우주에 있다는 운명적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사랑의 온도가 끓어오를 땐 그 열기에 취해 관계의 어떤 틈도 보이지 않는다. 열기가 식고 너저분한 일상이 다시 보이기 시작할 때 사랑의 균열이 온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이에 흐르는 강물'이 보인다. 하지만 그 강은 '언제부턴가' 생긴 것이 아니라 늘 있었다. 사랑의 맹목이 거둬지자 비로소 보일 뿐이다. 그리고 탄식한다. "이젠 건널 수 없네". 삶의 모든 행위는 '여기'서 '저기'로 건너가는 시공간적 이동이다. 그 동선은 단속(斷續)적이다. 이정선은 문득 맞닥뜨린 그 절망적 단절을 철학적 아포리즘처럼 멋지게 노래한다. 어디 건널 수 없는 게 사랑의 강폭(江幅)뿐이겠는가.
노래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2절 첫머리다. "내가 다가(가)면 너는 또 멀리/ 강둑 뒤로 숨어서". 강 건너 그대에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없다. 사랑은 그림자 밟기다. 내가 움직이면 그만큼 또 멀어진다. 그리고 멀리 있는 그대는 환영처럼 잠시 나타났다 이내 강둑 뒤로 숨는다.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아득한 강폭 한가운데, 사랑을 덧없이 띄워놓은 이정선의 솜씨가 대단하다. 슬픈 절경이다.
저 안타까운 풍경 속에서 "아름다웠던 지난 일들을 흘려보내고/ 소리도 없이" 웃는다. 그 헛헛한 웃음 안에 삶의 비의가 언뜻 비치는 듯하다. 그리고 끝내 "건널 수 없이 멀어져 가서/ 이젠 보이지 않는" 망연함에 이르면 인생과 사랑은 수많은 오해와 착각 속에서 헛돌다 까닭 없이 사라지는 것임을 깨닫는다.
'건널 수 없는 강'은 1979년에 발표한 이정선의 4집 앨범에 실렸던 '포크 블루스' 스타일의 곡이다. 그 시기에 이처럼 감각적이고 근사한 곡이 나왔다는 것을 가끔 믿을 수 없다. 척박한 한국 블루스의 역사에서 봉우리처럼 솟은 명곡이다. 블루스의 가사들은 장르의 특성상 대체로 직설적이지만, 이 곡은 세련된 메타포의 향기로 가득하다. 7년 후 한영애가 다시 불러 유명해졌지만, 이정선이 나직하게 부른 오리지널 버전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정선은 드물게 포크와 블루스 두 장르를 오랫동안 천착하며 명곡을 쏟아낸 특별한 뮤지션이다. 그가 한때 문학청년이었음을 보여주듯 많은 곡의 가사가 일정한 시정(詩情)에 도달해 있다. 슬픈 동화 같은 '섬소년', 방랑의 아름다움이 녹아 있는 '나들이', 고독이 존재의 조건임을 일러준 '외로운 사람들', 산아(山我) 일체의 경지를 노래한 '산사람' 등은 곡만큼 가사도 훌륭하다. 돌아보면 한국 대중음악의 과거는 이토록 풍요로웠다.
지금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연인도 가슴 속에 흐르는 각자의 강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 아득한 강폭을 오래 들여다볼 때가 오리라. 그리고 "이젠 건널 수 없네"라고 긴 탄식을 뱉을 때 비로소 인생과 사랑의 지난함이 보이리라.
이정선 ‘산사람'(1978)
작사 작곡 이정선/ 노래 해바라기
어려서도 산이 좋았네
할아버지 잠들어 계신
뒷산에 올라가 하늘을 보면
나도 몰래 신바람 났네.
젊어서도 산이 좋아라
시냇물에 발을 적시고
앞산에 훨훨 단풍이 타면
산이 좋아 떠날 수 없네.
보면 볼수록 정 깊은
산이 좋아서
하루 또 하루 지나도
산에서 사네.
늙어서도 산이 좋아라
말없이 정다운 친구
온 산에 하얗게 눈이 내린 날
나는나는 산이 될테야
나는나는 산이 될테야
<간주>
보면 볼수록 정 깊은
산이 좋아서
하루 또 하루 지나도
산에서 사네.
늙어서도 산이 좋아라
말없이 정다운 친구
온 산에 하얗게 눈이 내린날
나는나는 산이 될테야
나는나는 산이 될테야.
섬소년
외딴 파도 위 조그만 섬마을 소년은
언제나 바다를 보았네
바다 저 멀리 갈매기 날으면
소년은 꿈속의 공주를 불렀네
파도야 말해주렴 바닷속 꿈나라를
파도야 말해주렴 기다리는 소년 음~
어느 바람이 부는 날 저녁에
어여쁜 인어가 소년을 찾았네
마을 사람이 온 섬을 뒤져도
소년은 벌써 뵈지 않았네
파도야 말해주렴 바닷속 꿈나라를
파도야 말해주렴 그 소년은 어디에
이정선:
동덕여자대학교 실용음악학과 명예교수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석좌교수
前 서울예술대학 전임강사
前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