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상황의 의미와 권고
박찬승(사학-한국 근현대사)
“비상계엄 상황의 의미와 권고”
Dec 06, 2024
화요일(12.3) 밤의 비상계엄 소동이 있은 후 지난 이틀 동안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이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난 9월 김민석 의원이 현 정권이 '계엄'을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했을 때, 처음에는 "그럴리가" 했다가 곰곰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열이 정치적, 사법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면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계엄과 종신집권을 위한 개헌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2024년에 그런 수단을 쓴다는 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낮고, 실패하는 경우 내란죄와 군사반란죄를 뒤집어쓸 것이기 때문에 시도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12월 3일 밤 10시 반경에 그의 담화를 들으면서, 진짜 무모하고 생각이 모자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와 오늘 오전에 나온 여러 뉴스를 종합해서 보면 그는 일단 지난 총선을 부정선거로 인식하고, 이를 밝히는 한편, 사사건건 정권에 방해가 되고 도전하는 야당세력을 궤멸하기 위해 계엄령을 발동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을까. 나는 그 이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선언한 뒤에는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아마도 부정선거를 구실로 한 국회 해산 -> 1980년 국보위(국가보위입법위원회) 같은 대체 입법기구의 설치 -> 종신집권을 위한 개헌 등의 수순을 밟으려 하지 않았을까. 물론 말도 안 되는 황당하고도 무모한 생각이다. 그러나 '계엄이 일단 성공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그런 구상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우리 국민이 어떻게 만들어 왔는가. 오늘의 민주주의를 우리 시민이 어떻게 만들어 왔는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가지만 들면 이러하다.
1) 1997년 전두환 노태우의 내란죄와 군사반란죄 재판이 있은 후, 국회는 내란죄와 (군형법상) 반란죄는 공소시효를 두지 않게끔 법을 개정했다. 즉 한 번 내란이나 군사반란에 참여한다면 죽을 때까지 이 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한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군사반란, 내란이 성공하여 정권을 잡는다 해도 그 정권이 끝나게 되면, 바로 군사반란, 내란죄로 사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군인들의 경우에는 사법적 처리뿐만 아니라 연금도 모두 박탈된다. 따라서 군인들로서는 절대로 피해야 할 일이 바로 내란이나 군사반란에 관계되는 일이다. 그러니 생각이 있는 군인이라면 쿠데타에 절대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2) 1980년대부터 1990년까지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청년, 학생, 시민들이 희생되었다. 그때 그들과 함께 했던 이들이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다. 이들은 광주항쟁을 비롯하여 그때 희생된 이들에 대한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다시 독재체제가 들어서게 된다면 이들은 적극적으로 저항에 나설 것이다(나 또한 그럴 생각이다). 또 1990년대 민주화 시대 이후에 청소년기를 보내 자유와 민주를 마음껏 누려온 젊은층도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독재체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내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직도 윤석열 정권에 미련을 가지고 이에 반대하고 있다. 정권을 내주기 싫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은 정권보다 정당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자유당과 공화당은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를 뒷받침하고 이를 지키려다가 두 사람의 몰락과 함께 한국정치사에서 소멸하고 말았다. 반면에 1980년 독재자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은 1987년 6.29선언과 노태우의 대통령 당선으로 살아 남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민주자유당 - 신한국당 - 한나라당 - 새누리당 등을 거쳐 현재 국민의힘 당까지 왔다. 민정당은 1987년 당시 민주화라는 대세에 순응하였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이제 '국민의힘' 당은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섰다. 윤석열과 결별하고 탄핵에 찬성한다면 살아남을 것이고, 이에 반대하여 윤석열과 함께 한다면 당은 그와 운명을 같이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오늘과 내일 우리 국민은 그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이끌어주어야 한다.
출처: 박찬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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